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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인터뷰] 한겨레가 만난사람 /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01-11-27
조회수
2305

 

    

  한 달에 두번꼴은 해외로 출장간다. 그때마다 그의 앞에 놓이는 협상과제들,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황두연(60) 통상교섭본부장은 공교롭게도 회갑일인 지난 2월22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9개월여 동안 뉴라운드 준비는 물론, 한-중 마늘분쟁, 미국의 철강 긴급 수입제한 조처, 한-유럽연합 조선분쟁 등 통상현안을 다루느라 바쁘게 지냈다.

 

  이달 중순께는 온 국민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격론 끝에 뉴라운드 출범에 합의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도하 각료회의(11월9일~11월14일)에서 황 본부장은 현장에 함께 있던 기자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로부터도 우리쪽 수석대표로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선을 다한 만큼 설령 만족스럽지 못했다 해도 잘못했다는 소리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수산물 보조금 문제에서 끝까지 우리 방침을 지킬 수 없었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도하 각료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국회 일로 또 바쁜 날을 보내는 그를 지난 22일 오후 정부 세종로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뉴라운드 문제부터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하 각료회의 결과를 총평하신다면?

 

▶ 뉴라운드 출범 자체가 가장 큰 의의라고 봅니다. 출범이 안 됐으면 침체된 세계경제에 더 큰 실망을 줬을 겁니다. 지역협정 하나 없는 우리로서도 뉴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협상이 유리하죠.

각론으로 가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덤핑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도록 합의본게 성과입니다. 아쉬운 점은 수산물 보조금 문제입니다. 우리와 일본 정도가 같은 자세였는데 마지막에는 일본도 물러서, 수산물 보조금만 보조금 규정에서 따로 떼어내 다루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농업협상에 대한 평가는 그 중간쯤이라고 여겨집니다. 농산물 수출국 주장이 반영된 초안의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과 '보조금의 실질적 감축' 등에 대해,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넣어 상당부분 '톤'을 중화시켰습니다.

 

 

 

 

-평가는 그렇다 해도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쌀농사를 비롯한 농업문제인 것 같습니다. 21일에는 과천청사에서 농민들의 거센 시위도 있었지요?

 

▶ 농업시장 추가개방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우리는 급진적이고 대폭적인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하고 비교역적 특성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죠. 개방의 대세를 거역할 수 없는 만큼 우리도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개방 반대보다는 개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세계무역기구가 인정하는 각종 제도, 예를 들어 가격지지보다는 소득보전, 작물전환에 대비한 재해보험. 인프라 수립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활용해야죠. 다양한 정책혼합을 연구하고, 농민 정치권 정부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쌀수입은 관세화(수입물량 제한 없이 관세만 부과하는 것)로 가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초기엔 고관세를 물려 국내시장을 보호한다지만 점차 관세율도 낮아질 것이고, 결국은 국내 쌀산업이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  협상은 이제 시작입니다. 예단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해 대비해야겠지요. 국제협상에서 우리 논리만 고집하면 설득도 어렵고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도하회의에서 과거와 달라졌거나, 느끼신 점이 있다면?

 

▶ 개도국의 목소리가 예상외로 높아졌습니다. 뉴라운드의 공식 명칭이 '도하 개발 아젠다'로 명명된 것도 개도국들이 '라운드'란 명칭에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의제별로 세력을 형성하며 공조하는 게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나름대로 농업은 공조관계가 끝까지 잘 유지됐지만, 수산물 보조금 문제는 공조관계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통상문제를 다뤄보니 어떻습니까? 통상문제가 이젠 다방면에 두루 걸쳐 일어나고 있어 버거운 때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만?

 

▶  할수록 어렵습니다. 먼저 국내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합니다. 밖에서는 통상대표지만 국내에서는 부처간 이견을 조정할 만한 지위가 아닙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 필요성을 주창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국내의 논리를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논리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나라의 제도, 과거 사례, 우리의 허점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아직 두가지 면에서 모두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다른 통상문제로 넘어가 보죠. 많은 사안들이 있겠지만, 최근에 관심이 쏠리는 문제는 한-중 마늘분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  올해 중국에서 들여올 민간할당 의무수입 물량(2만2천t) 가운데 1만4천t 정도가 남았습니다. 가격문제 때문입니다. 저도 스광성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장에게 국내 가격보다 높은 과도한 가격을 제시하니 민간이 소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으며, 지금도 대화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에 너무 끌려다니는 듯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현안 하나만 놓고 보면 그렇게 비칠 수도 있지만, 복잡한 산업구조와 다양한 교역양태를 감안해 전체적으로 어떤 게 우리에게 유리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고, 공조해야 할 사항도 많은 나라입니다. 이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기 때문에 양자협의에서 대화하다 안 되면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할 여지도 있습니다.

 

 

 

-미국의 하이닉스 반도체 제소 움직임에 대한 대처는?

 

▶  미국은 어려운 반도체 시장에서 부채 과다에 허덕이는 하이닉스가 정부보조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채권은행단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며,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미국에 '개연성만 얘기하지 마라. 하이닉스가 살아날지 죽을지 모르는데, 당신이 장관이라면 지원 여부를 정할 수 있겠느냐? 채권단이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고 설명합니다.

 

 

 

-한-미 자동차 통상마찰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외제차를 타고 다니시는데, 효과가 있나요?

 

▶  글쎄요. 대통령께서도 되도록 외제차 사주는 게 애국이며 우리 시장 지키는데 도움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국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국세청장도 외제차를 구입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몇 번 얘기했습니다.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셨을 때 의외로 생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발탁됐는지?

 

▶  저도 코트라 사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왜 오게 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랬던 것으로 짐작만 합니다. 산업자원부에서 통상 관련 국장을 다들 1년이나 2년 하면 많이 하는데, 저는 4년 가까이 하다 보니 정부에 있는 많은 분들이 통상협상 운운하면 저를 연상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과 만나면서 믿음이나 호감을 얻는 게 중요할 텐데, 나름의 비법이 있다면?

 

▶  별 재주는 없고, 상대방이 알려고 하는 것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엠에프 사태를 겪은 뒤 우리나라에 '한수 가르쳐 달라'거나, 위기 극복 과정을 묻는 이들이 많은데, 이와 관련한 여러 통계를 외워 잘 전달해 줍니다. 이를 위해 은행이 몇개 없어졌는지, 재벌그룹이 몇개 해체됐는지, 그리고 인천공항에 동시에 비행기 몇대가 앉을 수 있는지까지 한국과 관련된 통계를 많이 정리하고 외워둡니다.

 

 

 

### 인터뷰 후기

 

`시골 아저씨' 넉넉함에 / 세세한 통계 줄줄 치밀함까지

 

인상을 보면 촌부처럼 텁텁하고 눌변일 것 같다. 하지만 거침이 없는 달변이다. 황 본부장은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복잡한 사안도 핵심을 짚어가며 자신감 있게 말을 이어갔다. 대 중국 수출은 얼마이며, 대미 자동차 수출은 몇대인지, 중국에서 마늘을 몇톤 수입했는지, 심지어 인천공항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통계나 수치도 막힘이 없다. 정통 외교관처럼 세련된 멋은 없지만, 내로라하는 여러 나라의 통상 대표들 사이에서 그가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바로 해박한 지식과 설득력 있는 논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카타르 도하에서도 그는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논리 있게 영어를 구사해 우리 뜻을 많이 알렸다. 도하회의를 참관한 국내 엔지오 관계자들도 "그런 대로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 황두연씨는 통상 실무 잔뼈 굵어 외국어 출중 현장 누벼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 실무로 잔뼈가 굵었다.

상공부(지금의 산업자원부)에서 무역정책과장을 거쳐 1987년에 국장으로 승진한 뒤, 91년까지 통상담당 국장을 지내는 등 공직 후반기에 대부분 통상업무를 맡았다. 이후 1년간 중소기업국장을 맡다 공직을 떠났지만, 그 뒤에도 한국무역정보통신 감사, 무역협회 전무, 무역협회 부회장, 그리고 코트라(옛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등 그의 직함에는 무역이란 이름이 항상 따라 다녔다.

그의 학구열은 소문이 나 있다. 외국에서는 1년 공부한 게 고작이지만 틈틈이 닦아온 영어와 일어 실력은 통상 현장에서 충분히 먹힐 정도로 능통하다. 무역협회 부회장 시절에는 새벽마다 재중동포한테서 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박식하고 말을 잘해, 친한 이들은 '황구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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